분류 전체보기(41)
-
퇴직하고 나는 마을에서 놀았다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의 한 방편을 확실히 제시해 주는 책. 서울은 재개발과 도시화로 빈틈없어 보이지만,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낡은 마을이 재개발 딱지를 예약하며 군데군데 숨 쉬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고치는 마을 재생, 주민들이 힘을 합하여 마을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여기에 보이지 않는 마을 활동가들의 역할이 마을을 지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 30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집과 직장 밖에 모르고 살았던 저자는 퇴직하고 나서야 자기가 사는 마을, 동작구 빙수골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빙수골 주민 협의체에 가입하여 마을 신문 만들기, 마을 라디오 방송, 협동조합 설립 지원에 힘쓰는 등, 마을 활동가로서의 길에 ..
2025.03.22 -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저자 이옥남 할머니는 1922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셨다. 지금 살아 계시면 102세가 되는데, 살아 계시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가 없다. 할머니는 60세가 넘어서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데, 일기라고 인식하고 쓴 게 아니고 쓰다 보니 일기가 된 글자의 모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한글과 글쓰기 교육은 받은 적이 없고, 깊은 산골에서 한평생 밭일 하며 자연인으로 살아온 할머니는 왜 60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우리들의 어머니 세대는 그랬다. 전쟁의 시련을 겪고 일어서야 했던 격랑의 시기에, 뿌리 깊은 유교 문화가 합세해 뭐든지 아들이 우선이고 딸은 뒷전이고, 특히 교육 문제는 차별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어머니가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려고 공부하니, 할머니가 ‘계집애가 일이나..
2025.03.22 -
개인적인 체험
주인공 버드는 27세 학원 강사로 아프리카 탐험을 꿈꾸는 열정과 야망을 가졌으면서도 삶의 괴로움을 술에만 의지해 버틸 정도로 현실을 도피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어찌어찌 결혼해 가장이 되었는데, 장인은 대학원 교수고 부인과의 사이는 그저 그런 듯, 애틋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인이 버드가 대학원 시절 때 술에 절어 방황하던 것을 구제하듯이 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봐 주고 딸과 결혼을 시킨 것 같다. 이쯤이면 장인이 성인군자인지, 가난한 환경에서 험하게 자라나 천신만고 끝에 동경대에 합격한 버드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버드에게 아이가 태어난다. ‘뇌 헤르니아’라는 병명을 갖고, 두개골 결손으로 뇌의 내용물이 빠져나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듯한 흉측한 몰골의 ..
2025.03.21 -
광염소나타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로 빠지지 않았던 김동인의 를 나이 들어 읽어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 음악가의 사생아로 홀어머니와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며 성장하다가,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어가자 어머니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애쓰지만, 모든 이웃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충동적으로 돈을 훔치다 붙잡힌다. 백성수가 감옥에 갇혀 형을 사는 동안, 어머니는 병든 몸으로 기어나와 아들을 찾아 헤매다 길거리에서 돌아가시는데...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봐도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음을 알 수 있으며, 재능있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제정신으로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인간의 행복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재능과 예술가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백성수와 어머니가 밥을 굶지 않을 정도..
2025.03.21 -
도련님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은 1906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일본 근대 문학 작가들 중,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정서가 쉽게 와닿았으며 특히 소설 첫머리의 인상은 압도적이라 느꼈다. 주인공이 초등학교 시절, 2층 교실에서 머리를 내밀고 창밖을 보고 있는데 그 밑을 지나가는 학생이 ‘거기서 뛰어내리지는 못할 걸, 이 겁쟁이야!’ 한마디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뛰어내려 허리를 크게 다쳤는데,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자 ‘다음에는 허리를 삐지 않고 뛰어내리는 걸 보여드릴게요!’ 대답한, 무대포에 다혈질 성격의 소유자가 소설의 주인공 도련님이다. 여기서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그의 가문은..
2025.03.21 -
무민의 겨울
아들이 중학교 때 썼던 노트나 필통에서, 심심찮게 밋밋한 하마 같은 무민의 그림을 볼 수가 있다. 유행하던 만화의 캐릭터이겠거니 했었는데, 여기 은 북유럽을 강타한 고전 소설이며, 핀란드가 낳은 거장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소설의 8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의 후예답게 아름다운 동화의 진수를 보여주며, 마음 깊은 곳을 울려 뭔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해주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무민은 겨울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름에만 활동했던 생명체인데, 가족들이 겨울잠에 깊이 빠진 사이, 우연히 깨어나게 된다.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 막막함에 쌓인 채, 한겨울 추위와 얼음 여왕과 눈보라 폭풍에 맞서서 동면에 든 가족들을 지켜나가고, 겨울 생물들과 친구가 되어 기나긴 겨울을 헤쳐나가는 사..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