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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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는 저자 서문에서 문학이 몹시도 인공적 기교와 따분한 냄새를 풍기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난 지드의 반발이 청년 시절 아프리카 여행을 계기로 폭발한 책이 이 아닐까 한다. 가상의 제자 '나타니엘'과 가상의 스승 '메날크'에게 아프리카, 유럽 곳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기록한 메모들을 토대로 일기, 에세이, 시, 연설문까지, 그냥 막 나오는 대로 쓴 자유로운 편지 형식을 띠고 있으며 아름답고 과격하다. 아프리카 대지에서 밟는 흙냄새처럼 종교 윤리에서 벗어난 강렬한 생명력을 추구하는 삶, 살아있는 순간과 욕망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화염처럼 토하는 이 책은 그 당시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10년 동안 500부 밖에 팔리지 못한 전적(?)을 가지고..
2025.04.10 -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저자 이옥남 할머니는 1922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셨다. 지금 살아 계시면 102세가 되는데, 살아 계시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가 없다. 할머니는 60세가 넘어서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데, 일기라고 인식하고 쓴 게 아니고 쓰다 보니 일기가 된 글자의 모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한글과 글쓰기 교육은 받은 적이 없고, 깊은 산골에서 한평생 밭일 하며 자연인으로 살아온 할머니는 왜 60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우리들의 어머니 세대는 그랬다. 전쟁의 시련을 겪고 일어서야 했던 격랑의 시기에, 뿌리 깊은 유교 문화가 합세해 뭐든지 아들이 우선이고 딸은 뒷전이고, 특히 교육 문제는 차별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어머니가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려고 공부하니, 할머니가 ‘계집애가 일이나..
2025.03.22 -
광염소나타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로 빠지지 않았던 김동인의 를 나이 들어 읽어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 음악가의 사생아로 홀어머니와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며 성장하다가,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어가자 어머니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애쓰지만, 모든 이웃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충동적으로 돈을 훔치다 붙잡힌다. 백성수가 감옥에 갇혀 형을 사는 동안, 어머니는 병든 몸으로 기어나와 아들을 찾아 헤매다 길거리에서 돌아가시는데...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봐도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음을 알 수 있으며, 재능있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제정신으로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인간의 행복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재능과 예술가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백성수와 어머니가 밥을 굶지 않을 정도..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