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3)
-
해파리에 관한 명상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에 씌여진 이야기이고, 문학가 이순원씨가 20년 만에 완성시킨 소설이라 한다. 고향으로 내려가면 아직 대가족이 존재했고, 가까운 친척부터 이름과 계보도 가물가물한 먼 친척까지 인사 나눌 수 있었던 시절, 작가는 평생 추억하는 친척 아저씨의 일대기를 자기가 어릴 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갓난아기 때 사고로 해파리같은 불구의 몸이 되어 거의 바보의 지능을 가졌지만, 한없이 착한 천사의 모습을 지닌 채 고생만 하며 살다 간 아저씨의 모습이 가슴에 맺혔고,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존재감 없는 불쌍한 삶의 이야기라, 작가는 그것을 꼭 글로 남겨 아저씨가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한다. 비교적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쩌면 우리 주변에 꼭 ..
2025.03.26 -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이 책을 추천하기 전 망설임이 있었다. 자살한 사람들의 유가족이 쓴 수기모음집이라 너무나 마음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성장률 최상위를 기록하며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서점가는 자기 계발서 열풍으로 들끓고 있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특히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최하위, 자살률 1위라는 통계가 입증하듯,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살자들의 유가족 수기를 공모하여 엮어낸 책이라는데, 왕따의 후유증과 우울증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 생활고로 인한 가장의 자살…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나와 가난한 내 가족들이..
2025.03.18 -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그만큼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 낸 작가가 있었을까? 비교적 안정되고 성실한 삶을 살았던 이반 일리치는 병마와 싸우며 죽음을 앞두기 전, 자신의 삶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인생을 마음 가는 진실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 너무나 타성에 젖어 삶을 통제하였으며 열린 세계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후회됐던 것이다, 이반의 죽음을 타성에 젖은 가족과 동료들은 형식적으로 맞이할 뿐, 오직 그를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했던 하인 게라심과 막내아들의 눈물 앞에서 그는 한줄기 희망을 보고 숨져간다. 나는 한해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오지 못한 ..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