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 상회 2025.03.19 17:48
-
책 속에 갇힌 문학, 책 밖으로 나오다 2025.03.27 08:44
-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2025.04.09 12:34
-
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2025.04.02 07:08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25.03.31 20:14
-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2025.03.29 08:00
-
그리스인 조르바 2025.03.28 14:25
-
노인과 바다 2025.03.24 05:22
-
책상은 책상이다 2025.03.23 07:02
-
개인적인 체험 2025.03.21 18:28
-
인문학 스캔들 2025.03.30 08:17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2025.04.06 09:38
-
굶주림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책 제목, 낯설지만 왠지 끌리는 작가의 이름... 여러모로 흥미진진했고 눈에서 떼기 힘든 책이었다. 크누트 함순은 100년 전 노르웨이 작가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진 듯하고, 태어날 때부터 지독한 가난과 육체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며 성장한 작가였다. 은 노르웨이가 석유 개발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기 이전, 험한 자연환경에 가난한 어업국가였을 시기가 배경이며, 함순을 노르웨이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이다. 앙드레 지드의 극찬으로 포문을 여는 이 책은 그가 글을 쓰면서 겪었던 가난과 뼈저리게 배고팠던 경험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성격의 소설이다. 줄거리는 별로 없다. 연필 한 자루밖에 가진 것이 없고 영양실조인 작가(신문사에 투고하여 원고료를 간간히 버는 정도)는 원고료..
2025.04.14 23:23 -
여자의 일생
모파상의 글은 끈질긴 사실의 나열이다. 그다지 감상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고 결말에 해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닌 처연한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은 소설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지만, 모파상이 활동했던 1800년대에는 낭만주의가 휩쓸던 시기라 그의 작품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니체나 톨스토이도 모파상의 작품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을 극찬했던 걸 보면 말이다. 이라는 극히 신파적이고 따분해 보이는 제목의 내용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현모양처를 강요받고 살아온 양반 가문의 여자들의 수동적인 삶, 또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그늘 밑에 평생 고생바가지를 뒤집어쓴 채, 자식만을 보고 살아왔던..
2025.04.11 06:58 -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는 저자 서문에서 문학이 몹시도 인공적 기교와 따분한 냄새를 풍기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난 지드의 반발이 청년 시절 아프리카 여행을 계기로 폭발한 책이 이 아닐까 한다. 가상의 제자 '나타니엘'과 가상의 스승 '메날크'에게 아프리카, 유럽 곳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기록한 메모들을 토대로 일기, 에세이, 시, 연설문까지, 그냥 막 나오는 대로 쓴 자유로운 편지 형식을 띠고 있으며 아름답고 과격하다. 아프리카 대지에서 밟는 흙냄새처럼 종교 윤리에서 벗어난 강렬한 생명력을 추구하는 삶, 살아있는 순간과 욕망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화염처럼 토하는 이 책은 그 당시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10년 동안 500부 밖에 팔리지 못한 전적(?)을 가지고..
2025.04.10 11:23 -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학교와 직장의 선후배 사이로 얽혀진 네 명의 남자가, 즉흥적인 동기로 얼떨결에 여행을 떠났다가 각자 숨겨두었던 상처와 고민을 하나씩 드러내며, 서로에게 위로도 되었다가 오해도 되었다가 좌충우돌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하는 잔잔한 여행기. 주제가 묵직하지 않고 평범하지만,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그리운 까닭은 팬데믹 시대의 피로감과 갈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네 사람의 사연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그냥 여행을 다녀와 머리를 식히고 온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 (괴짜 청년 사이키, 이혼 가정에서 자라 미술대학 나온 마시마, 이혼남 시게타, 죽은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나카스기)과 독자의 첫 만남은 좀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외면한 채 우린 우리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출발..
2025.04.09 12:34 -
달밤
은 이태준이 등단한 1925년 부터 1935년에 발표한 까지 모두 36편을 수록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한국 문단이 이태준을 언어의 미학자, 한국의 모파상, 이런 수식어를 붙이며 높이 평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한국문학사에서 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1930년대 한국 근대문학이 활짝 꽃을 피운 절정기에 왕성한 활동을 하며 당대 최고의 작가로 군림했었고, 해방 후 월북을 선택했기에 그의 나머지 삶의 궤적을 알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그를 더 소환케 만들지 않았나 하며, 친일계몽주의나 민족주의가 양분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의 서정성이 남달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그가 한창 줏가를 올리던 시기에 저널리즘과 타협하지 않은 순수한, 그냥 쓰고 싶어서 쓴 작품들의..
2025.04.08 06:50 -
인간실격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어두운 소설. 부잣집에서 태어났음에도 사람을 두려워하여, 연기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고 한시도 행복해본 적이 없었던 주인공 요조가 술과 자살 시도와 여자와 약물에 빠져 정신병동에 수감되기까지의 과정을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추락과 피폐해짐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으로 허탈하게 읽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더 안타까왔다. 다자이 오사무는 11명의 자녀 중 6번째 자식으로 부모님의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의 가문이 가난한 농민들을 약탈하는 고리대금업으로 일어난 부잣집이라,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며 좌익 운동에 가담하였고,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
2025.04.07 12:56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앤절로는 2014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를 표현할 말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녀가 살았던 방식이 십 대 때 최초의 흑인 전차 차장, 열여섯의 미혼모, 창녀촌의 마담, 가수, 작곡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극작가, 여성 운동가, 역사학자, 사상가, 흑인 인권 운동가 등, 워낙 스펙트럼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하여 친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왔다 갔다 하며 키워진 그녀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 대공황의 온갖 고난을 겪으며 자라나 한 세기를 아우르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책은 그녀가 세 살 때부터 16살 때까지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으로 미국에서는 대학 필독서이며 보수적인 몇몇 주에서는 금서목록이라고 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경험들, 세 살 때..
2025.04.06 09:38 -
변신
시장 자본주의에서 용도 폐기되어 더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말로를 이렇게 씁쓸하게 그려낸 기이한 역작이 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병든 인격으로 살았으며, 인간도 해충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세일즈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혐오스러운 처지로 전락하여 내팽개쳐지고 덤덤하게 말라죽는다. 그레고르가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도 오히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락함을 느낀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의 삶도 노동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낮에는 생계를 위하여 착취가 심한 보험회사 외판원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결핵이 걸린 몸으로..
2025.04.05 07:30 -
죽음의 미학
죽음을 주제로 선택한 소설 중에서, 이문열 작가가 추천하는 세계 명작 모음집으로, 그가 젊고 순수했던 문학인이었을 때 심취했던 문학 세계와 방대한 독서량을 맘껏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집은 개정판인데 나는 오래전에 구판을 읽었었고, 여기에 새로운 소설들이 첨가되었다. 톨스토이, 마르셀 프루스트,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은 너무나 유명한 작가들이라 오랜만에 읽은 작품들도 그리 큰 감회는 없었다. 그러나 미국 작가들... 잭 런던, 셔우드 앤더슨은 다시 읽어도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스티븐 크레인의 발견은 큰 수확이었다. 이 세 작가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하여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학교에서 뛰쳐나와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했으며, 미국 내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을 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는 공통점..
2025.04.04 09:17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이 책은 작가 얀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글을 내세워 시작하고 있지만, 사실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낸 4년 간의 편지 101통, 거기에 동봉한 책들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을 읽는지 내게는 알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출발한 얀 마텔의 편지와 추천하는 문학의 내용에서 두 가지 명확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4년간 이 취지에 동참하는 세계 전역의 독자들이 모여, 북클럽이 활성화될 때까지 단 한마디의 답장도 없었던 수상의 태도에서, 문학을 도외시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해지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위대한 문학들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도 정치인들은 정치 능력만 뛰어나면 되지, 어떤 문학..
2025.04.03 10:46 -
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개성 만점 여고생 5명과 인기 만점 국어선생님이 단편소설을 읽고 토론하며, 그들의 응어리와 고민을 치유하는 독서토론 방과 후 수업이야기. 언뜻 평범하고 밝은 사춘기 문학소녀들의 수업 같지만, 그들의 고민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일상과 아픔이 거울처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여 마음이 착잡하고, 인문학이란 결국 문학을 통해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하게 하는 학문이라는 개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부모의 이혼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받는 고통,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성폭력, 별거 아닌 문제로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이 힘들어져 자살까지 결심한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라 생각하며, 이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선생님의 역할이 빛나는 것 같다..
2025.04.02 07:08 -
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메리 셸리가 쓴 에서 모티브를 따온 철학 이야기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 사이에 플라톤이 등장한다. 괴물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살해의 위협을 피해 혼자 숨어 사는 처지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멸시하고 핍박하는 인간들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주는 나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끝없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게 방치하는가? 끝없는 질문에 시달리고 플라톤 영감과 설전을 펼치면서,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대한 복수극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 사회 구조와 나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며, 풀리지 않는 존재의 이유보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게 유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담고 있다..
2025.04.01 11:51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랜만에 균형 잡힌 참신한 과학 소설집을 읽었다. 김초엽 작가는 과학을 전공하면서 SF단편과 중편 소설을 의욕적으로 쓰고 있으며, 이 작품은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으로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 , , , , , 이렇게 7편의 소설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히고 있지만, 그 비중이 놀라운 균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너무 감상적이지도 않아 흡인력 있게 술술 넘어간다.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유전자 공학, 미래의 행성,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우주선, 우주 조종사, 딥 프리징 공법, 죽음 이후, 유토피아 등,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지의 세상에 ..
2025.03.31 20:14 -
인문학 스캔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스캔들이라 불려질 만큼, 이 세상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던 예술가들의 치열한 사랑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계약 결혼이란 말을 처음 세상에 알린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뜨르와 시몬느 드 보봐르, 를 탄생시킨 철학자 니체와 루 살로메의 엇갈린 연애 이야기, 을 창조케 한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불륜, 매번 남자들로부터 버림받았던 비운한 에디뜨 피아프의 삶, 처절하게 가난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의 운명, 이라는 명곡을 남긴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만남, 프리다 칼로와 존 디에고, 조르주 상드와 쇼팽 등등... 성격이 예민한 남녀가 만나 관계를 맺을 때, 마찰이 잦을 것임은 흔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극도로 깨어있는 영혼과 감수성을 가진 예술가들의 사랑은 오죽하랴? 그들은 세상의 통념과..
2025.03.30 08:17 -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정착한 부부, 혹은 싱글들의 이야기로, 행복을 찾아 낯선 세계로의 도전 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으며, 한국이란 나라는 어떠한 곳인가를 자꾸 되묻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름 공통점이 있다. 대학시절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이 가능했고, 외국에 친척들이 거주해서 외국생활이 낯설지 않다는 점,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능력자들이었다는 것, 이 모두 경제적 환경과 노력이 뒷받침 해준, 비교적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말의 경제적 여건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떤 희망을 줄까?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공평과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해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한국은 결..
2025.03.29 08:00 -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역작 는 인간 삶의 보편적인 허례의식과 답답함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침반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무려 450장에 달하며, 다 읽을 수 있을지 겁날 정도로 두께가 느껴졌고, 완독하는데 세 달이 걸렸다.소설은 주인공 조르바가 작중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조르바의 인생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어느 한 군데, 한 구절, 한 문장도 그냥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다. 책과 이론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30대 작가 '나'와 60을 넘긴..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광산 폭파 기술자, 행상, 게릴라, 채석장 노동자, 대장장이, 옹기장이, 산투리 연주자, 밀수꾼, 콩장수, 연애는 3천 번 한 사람,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
2025.03.28 14:25 -
책 속에 갇힌 문학, 책 밖으로 나오다
국제신문의 강춘진 문학기자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을 아우르는 소설, 시의 발자취를 쫓아 독자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났다. 의 전남 보성, 의 경남 통영, 의 강원도 정선, 의 광주 등, 문학작품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장소를 체험하고,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남을 가졌던 이 문학여행은 나름 뜻깊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들은 문학을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고 공통된 고백을 하는데 삶의 근원에 심취하는 문학의 특성에 반해, 문학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뿌리가 되었던 자연 마을에 거대한 리조트, 펜션 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갯벌은 매립되어 시를 태동하게 했던 물길은 막혀버리고, 하다못해 외진 시골 마을 주민들이 세워준 죽은 시인의..
2025.03.27 08:44 -
콘래드 단편집 - 세계인의 고전 문학 016
조셉 콘래드는 100년 전 작가로 원래 영국 사람이 아님에도,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와 더불어 영국에서 손꼽히는 4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제정러시아 치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나 저항 운동을 하던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수습선원에서부터 선장이 되기까지 거의 20년의 시간을 뱃사람이 되어 세계를 떠돌다가, 영국으로 귀화하여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선원 생활을 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 아프리카등 많은 나라를 다니며, 원주민과 선원의 삶을 생생하게 체험했고, 뱃사람이 겪을 수 있는 열병, 난파, 사기등 모든 악재를 작품에 쏟아 넣어, 문명의 한계선 바깥에서 인간의 원초적 심연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해양 문학의 정수, 모험 소설의 작가로 유명하다. 후에 콘래드의 ..
2025.03.26 22:50 -
해파리에 관한 명상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에 씌여진 이야기이고, 문학가 이순원씨가 20년 만에 완성시킨 소설이라 한다. 고향으로 내려가면 아직 대가족이 존재했고, 가까운 친척부터 이름과 계보도 가물가물한 먼 친척까지 인사 나눌 수 있었던 시절, 작가는 평생 추억하는 친척 아저씨의 일대기를 자기가 어릴 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갓난아기 때 사고로 해파리같은 불구의 몸이 되어 거의 바보의 지능을 가졌지만, 한없이 착한 천사의 모습을 지닌 채 고생만 하며 살다 간 아저씨의 모습이 가슴에 맺혔고,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존재감 없는 불쌍한 삶의 이야기라, 작가는 그것을 꼭 글로 남겨 아저씨가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한다. 비교적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쩌면 우리 주변에 꼭 ..
2025.03.26 07:13 -
이상의 서 - 짧은 생을 살다간 천재 이상
이상의 글은 난해하고 읽다 보면 짜증이 난다. 아무리 천재라지만 , 부터 제목도 생소한 , , 같은 작품을 대하다 보면, 독서가 아니라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처럼 까다롭게 느껴져,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작품에는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닌, 그렇게 까다롭게 쓸 수밖에 없었던 절망감과 깨진 유리 같은 극도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백부의 집에 입양되었던 외로운 어린시절, 식민지 조국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폐결핵으로 인한 육신의 고통, 극도로 쇠약한 육체 속에 갇힌 정신의 고단함, 극한 외로움과 절망... 그는 그것을 건축학 전공자답게 건축학 기호처럼, 오로지 자신만의 언어로써 문학에 투영..
2025.03.25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