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2025. 3. 24. 11:13ㆍ서평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은 소설의 운명이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작가인 듯하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독자의 다양한 해석과 사유가 가능한 소설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철학적 환상 소설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일 만큼 난해하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주인공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한 세기를 통해 각기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자식부터 아내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들은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데...
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냐면, 사람이 어떤 고난이나 고통을 겪고 감당하지 못할 번뇌에 시달릴 때 산행을 택하는 것처럼, 이들도 각자의 번뇌에 못 이겨 자연스럽게 영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올라가 답을 찾으려 한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산 정상의 십자고성에 달린 예수의 형상이 침팬지인 것이라던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침팬지 '오도'와의 동행을 통해서 삶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있고 여운이 남아, 두 번 세 번 읽더라도 완전히 이해하고픈 소설이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
저자 얀 마텔
출판사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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