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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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시장 자본주의에서 용도 폐기되어 더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말로를 이렇게 씁쓸하게 그려낸 기이한 역작이 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병든 인격으로 살았으며, 인간도 해충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세일즈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혐오스러운 처지로 전락하여 내팽개쳐지고 덤덤하게 말라죽는다. 그레고르가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도 오히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락함을 느낀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의 삶도 노동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낮에는 생계를 위하여 착취가 심한 보험회사 외판원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결핵이 걸린 몸으로..
2025.04.05 -
춥고 더운 우리 집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말도 안 되는 구조의 가난한 시골 집을 전전긍긍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도시로 올라와 하숙집 식당방, 공장 기숙사, 영구임대아파트 등 수많은 집을 평생 떠돌다 60이 다 될 무렵, 고향 근처 담양 수북이란 마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공선옥 작가의 집 일대기, 살아가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은 공선옥 작가가 평생 집을 찾아 떠돌다 마지막에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짓고 안착했다는 성공기가 아니다. 공선옥 작가는 나와 4살 차이가 나는 언니 뻘이다. 내 아버지 고향이 순천이어서 공선옥 작가의 전라남도 말투와 구수한 정서가 낯설지 않으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나의 가난한 삶의 기억과 맞물려 묘한 서글픔에 빠지게 된다. 특히 그..
2025.03.20 -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그만큼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 낸 작가가 있었을까? 비교적 안정되고 성실한 삶을 살았던 이반 일리치는 병마와 싸우며 죽음을 앞두기 전, 자신의 삶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인생을 마음 가는 진실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 너무나 타성에 젖어 삶을 통제하였으며 열린 세계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후회됐던 것이다, 이반의 죽음을 타성에 젖은 가족과 동료들은 형식적으로 맞이할 뿐, 오직 그를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했던 하인 게라심과 막내아들의 눈물 앞에서 그는 한줄기 희망을 보고 숨져간다. 나는 한해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오지 못한 ..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