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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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시장 자본주의에서 용도 폐기되어 더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말로를 이렇게 씁쓸하게 그려낸 기이한 역작이 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병든 인격으로 살았으며, 인간도 해충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세일즈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혐오스러운 처지로 전락하여 내팽개쳐지고 덤덤하게 말라죽는다. 그레고르가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도 오히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락함을 느낀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의 삶도 노동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낮에는 생계를 위하여 착취가 심한 보험회사 외판원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결핵이 걸린 몸으로..
2025.04.05 -
무민의 겨울
아들이 중학교 때 썼던 노트나 필통에서, 심심찮게 밋밋한 하마 같은 무민의 그림을 볼 수가 있다. 유행하던 만화의 캐릭터이겠거니 했었는데, 여기 은 북유럽을 강타한 고전 소설이며, 핀란드가 낳은 거장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소설의 8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의 후예답게 아름다운 동화의 진수를 보여주며, 마음 깊은 곳을 울려 뭔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해주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무민은 겨울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름에만 활동했던 생명체인데, 가족들이 겨울잠에 깊이 빠진 사이, 우연히 깨어나게 된다.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 막막함에 쌓인 채, 한겨울 추위와 얼음 여왕과 눈보라 폭풍에 맞서서 동면에 든 가족들을 지켜나가고, 겨울 생물들과 친구가 되어 기나긴 겨울을 헤쳐나가는 사..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