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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앤절로는 2014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를 표현할 말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녀가 살았던 방식이 십 대 때 최초의 흑인 전차 차장, 열여섯의 미혼모, 창녀촌의 마담, 가수, 작곡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극작가, 여성 운동가, 역사학자, 사상가, 흑인 인권 운동가 등, 워낙 스펙트럼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하여 친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왔다 갔다 하며 키워진 그녀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 대공황의 온갖 고난을 겪으며 자라나 한 세기를 아우르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책은 그녀가 세 살 때부터 16살 때까지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으로 미국에서는 대학 필독서이며 보수적인 몇몇 주에서는 금서목록이라고 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경험들, 세 살 때..
2025.04.06 -
변신
시장 자본주의에서 용도 폐기되어 더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말로를 이렇게 씁쓸하게 그려낸 기이한 역작이 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병든 인격으로 살았으며, 인간도 해충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세일즈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혐오스러운 처지로 전락하여 내팽개쳐지고 덤덤하게 말라죽는다. 그레고르가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도 오히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락함을 느낀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의 삶도 노동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낮에는 생계를 위하여 착취가 심한 보험회사 외판원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결핵이 걸린 몸으로..
2025.04.05 -
죽음의 미학
죽음을 주제로 선택한 소설 중에서, 이문열 작가가 추천하는 세계 명작 모음집으로, 그가 젊고 순수했던 문학인이었을 때 심취했던 문학 세계와 방대한 독서량을 맘껏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집은 개정판인데 나는 오래전에 구판을 읽었었고, 여기에 새로운 소설들이 첨가되었다. 톨스토이, 마르셀 프루스트,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은 너무나 유명한 작가들이라 오랜만에 읽은 작품들도 그리 큰 감회는 없었다. 그러나 미국 작가들... 잭 런던, 셔우드 앤더슨은 다시 읽어도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스티븐 크레인의 발견은 큰 수확이었다. 이 세 작가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하여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학교에서 뛰쳐나와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했으며, 미국 내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을 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는 공통점..
2025.04.04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이 책은 작가 얀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글을 내세워 시작하고 있지만, 사실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낸 4년 간의 편지 101통, 거기에 동봉한 책들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을 읽는지 내게는 알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출발한 얀 마텔의 편지와 추천하는 문학의 내용에서 두 가지 명확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4년간 이 취지에 동참하는 세계 전역의 독자들이 모여, 북클럽이 활성화될 때까지 단 한마디의 답장도 없었던 수상의 태도에서, 문학을 도외시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해지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위대한 문학들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도 정치인들은 정치 능력만 뛰어나면 되지, 어떤 문학..
2025.04.03 -
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개성 만점 여고생 5명과 인기 만점 국어선생님이 단편소설을 읽고 토론하며, 그들의 응어리와 고민을 치유하는 독서토론 방과 후 수업이야기. 언뜻 평범하고 밝은 사춘기 문학소녀들의 수업 같지만, 그들의 고민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일상과 아픔이 거울처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여 마음이 착잡하고, 인문학이란 결국 문학을 통해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하게 하는 학문이라는 개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부모의 이혼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받는 고통,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성폭력, 별거 아닌 문제로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이 힘들어져 자살까지 결심한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라 생각하며, 이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선생님의 역할이 빛나는 것 같다..
2025.04.02 -
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메리 셸리가 쓴 에서 모티브를 따온 철학 이야기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 사이에 플라톤이 등장한다. 괴물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살해의 위협을 피해 혼자 숨어 사는 처지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멸시하고 핍박하는 인간들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주는 나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끝없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게 방치하는가? 끝없는 질문에 시달리고 플라톤 영감과 설전을 펼치면서,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대한 복수극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 사회 구조와 나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며, 풀리지 않는 존재의 이유보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게 유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담고 있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