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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랜만에 균형 잡힌 참신한 과학 소설집을 읽었다. 김초엽 작가는 과학을 전공하면서 SF단편과 중편 소설을 의욕적으로 쓰고 있으며, 이 작품은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으로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 , , , , , 이렇게 7편의 소설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히고 있지만, 그 비중이 놀라운 균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너무 감상적이지도 않아 흡인력 있게 술술 넘어간다.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유전자 공학, 미래의 행성,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우주선, 우주 조종사, 딥 프리징 공법, 죽음 이후, 유토피아 등,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지의 세상에 ..
2025.03.31 -
인문학 스캔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스캔들이라 불려질 만큼, 이 세상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던 예술가들의 치열한 사랑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계약 결혼이란 말을 처음 세상에 알린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뜨르와 시몬느 드 보봐르, 를 탄생시킨 철학자 니체와 루 살로메의 엇갈린 연애 이야기, 을 창조케 한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불륜, 매번 남자들로부터 버림받았던 비운한 에디뜨 피아프의 삶, 처절하게 가난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의 운명, 이라는 명곡을 남긴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만남, 프리다 칼로와 존 디에고, 조르주 상드와 쇼팽 등등... 성격이 예민한 남녀가 만나 관계를 맺을 때, 마찰이 잦을 것임은 흔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극도로 깨어있는 영혼과 감수성을 가진 예술가들의 사랑은 오죽하랴? 그들은 세상의 통념과..
2025.03.30 -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정착한 부부, 혹은 싱글들의 이야기로, 행복을 찾아 낯선 세계로의 도전 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으며, 한국이란 나라는 어떠한 곳인가를 자꾸 되묻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름 공통점이 있다. 대학시절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이 가능했고, 외국에 친척들이 거주해서 외국생활이 낯설지 않다는 점,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능력자들이었다는 것, 이 모두 경제적 환경과 노력이 뒷받침 해준, 비교적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말의 경제적 여건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떤 희망을 줄까?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공평과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해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한국은 결..
2025.03.29 -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역작 는 인간 삶의 보편적인 허례의식과 답답함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침반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무려 450장에 달하며, 다 읽을 수 있을지 겁날 정도로 두께가 느껴졌고, 완독하는데 세 달이 걸렸다.소설은 주인공 조르바가 작중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조르바의 인생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어느 한 군데, 한 구절, 한 문장도 그냥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다. 책과 이론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30대 작가 '나'와 60을 넘긴..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광산 폭파 기술자, 행상, 게릴라, 채석장 노동자, 대장장이, 옹기장이, 산투리 연주자, 밀수꾼, 콩장수, 연애는 3천 번 한 사람,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
2025.03.28 -
책 속에 갇힌 문학, 책 밖으로 나오다
국제신문의 강춘진 문학기자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을 아우르는 소설, 시의 발자취를 쫓아 독자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났다. 의 전남 보성, 의 경남 통영, 의 강원도 정선, 의 광주 등, 문학작품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장소를 체험하고,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남을 가졌던 이 문학여행은 나름 뜻깊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들은 문학을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고 공통된 고백을 하는데 삶의 근원에 심취하는 문학의 특성에 반해, 문학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뿌리가 되었던 자연 마을에 거대한 리조트, 펜션 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갯벌은 매립되어 시를 태동하게 했던 물길은 막혀버리고, 하다못해 외진 시골 마을 주민들이 세워준 죽은 시인의..
2025.03.27 -
콘래드 단편집 - 세계인의 고전 문학 016
조셉 콘래드는 100년 전 작가로 원래 영국 사람이 아님에도,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와 더불어 영국에서 손꼽히는 4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제정러시아 치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나 저항 운동을 하던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수습선원에서부터 선장이 되기까지 거의 20년의 시간을 뱃사람이 되어 세계를 떠돌다가, 영국으로 귀화하여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선원 생활을 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 아프리카등 많은 나라를 다니며, 원주민과 선원의 삶을 생생하게 체험했고, 뱃사람이 겪을 수 있는 열병, 난파, 사기등 모든 악재를 작품에 쏟아 넣어, 문명의 한계선 바깥에서 인간의 원초적 심연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해양 문학의 정수, 모험 소설의 작가로 유명하다. 후에 콘래드의 ..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