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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말도 안 되는 구조의 가난한 시골 집을 전전긍긍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도시로 올라와 하숙집 식당방, 공장 기숙사, 영구임대아파트 등 수많은 집을 평생 떠돌다 60이 다 될 무렵, 고향 근처 담양 수북이란 마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공선옥 작가의 집 일대기, 살아가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은 공선옥 작가가 평생 집을 찾아 떠돌다 마지막에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짓고 안착했다는 성공기가 아니다. 공선옥 작가는 나와 4살 차이가 나는 언니 뻘이다. 내 아버지 고향이 순천이어서 공선옥 작가의 전라남도 말투와 구수한 정서가 낯설지 않으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나의 가난한 삶의 기억과 맞물려 묘한 서글픔에 빠지게 된다. 특히 그..
2025.03.20 -
거짓말 상회
나름 제대로 된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문화 비평가, 사진 비평가, 음식 문헌 연구자, 세 명이 의기투합하여,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표적 트렌드, 이 세 가지를 치밀하게 분석해 발가벗겼다. 젊은이들은 경쟁력을 키우려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며 자기 계발에 힘쓰고, 너도 나도 먹방에 뛰어들어 맛집을 탐방하며,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 키워드가 달콤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앞에서, 억울하게 해직된 노동자가 한겨울에 고공농성을 하며 단식투쟁을 하건, 지하철이나 제철 공장의 20대 꽃다운 젊은이들이 깔리어 죽건 끔찍하게 죽건, 돈 없는 여중생이 실내화 깔창으로 생리대를 하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무관심이 흐른다...
2025.03.19 -
이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가나 봐라
가난한 세 가족, 기초생활수급자, 56세에 이혼하여 아들, 딸 키우느라 막일 잡일 청소부 일까지 몸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고생한 골병든 엄마, 선천적으로 병약한 데다 95킬로 몸무게, 학창 시절 왕따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에 적응 못하고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폐쇄된 생활을 하는 여동생, 간신히 대학을 마치고 비정규직 회사 생활을 하는 실제적인 가장, 오빠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어진다. 너무 힘든 삶을 살아왔기에 가족은 만나기만 하면 충돌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데… 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은 짐스런 가족의 굴레에 눌려 수없는 좌절과 방황의 날들을 보내지만, 결국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삶 자체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병든 가족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하여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책 ..
2025.03.18 -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이 책을 추천하기 전 망설임이 있었다. 자살한 사람들의 유가족이 쓴 수기모음집이라 너무나 마음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성장률 최상위를 기록하며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서점가는 자기 계발서 열풍으로 들끓고 있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특히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최하위, 자살률 1위라는 통계가 입증하듯,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살자들의 유가족 수기를 공모하여 엮어낸 책이라는데, 왕따의 후유증과 우울증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 생활고로 인한 가장의 자살…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나와 가난한 내 가족들이..
2025.03.18 -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그만큼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 낸 작가가 있었을까? 비교적 안정되고 성실한 삶을 살았던 이반 일리치는 병마와 싸우며 죽음을 앞두기 전, 자신의 삶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인생을 마음 가는 진실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 너무나 타성에 젖어 삶을 통제하였으며 열린 세계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후회됐던 것이다, 이반의 죽음을 타성에 젖은 가족과 동료들은 형식적으로 맞이할 뿐, 오직 그를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했던 하인 게라심과 막내아들의 눈물 앞에서 그는 한줄기 희망을 보고 숨져간다. 나는 한해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오지 못한 ..
2025.03.18 -
훗날 일어날 이야기
, , 등의 주옥같은 SF명작을 남긴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그 자신이 19세기를 살면서 가속도로 발달하게 될 과학 문명과 자본주의가 불러올 참사를 예견하고 과학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인간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려고 노력했던 소설가로 유명하다.여기 도 22세기 첨단과학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저자의 문명 비판은 여지없이 드러난다.22세기는 인간이 이룬 발전으로 거의 모든 것이 자동 기계화 되고, 빈부격차는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로 나뉘어 질만큼 극악해진다. 도무지 이런 시대에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19세기의 낭만적 문화 정서와 성품을 지닌 두 주인공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인간의 권위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자본이 우선인 세상 안에서, 사랑은 ..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