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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에 관한 명상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에 씌여진 이야기이고, 문학가 이순원씨가 20년 만에 완성시킨 소설이라 한다. 고향으로 내려가면 아직 대가족이 존재했고, 가까운 친척부터 이름과 계보도 가물가물한 먼 친척까지 인사 나눌 수 있었던 시절, 작가는 평생 추억하는 친척 아저씨의 일대기를 자기가 어릴 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갓난아기 때 사고로 해파리같은 불구의 몸이 되어 거의 바보의 지능을 가졌지만, 한없이 착한 천사의 모습을 지닌 채 고생만 하며 살다 간 아저씨의 모습이 가슴에 맺혔고,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존재감 없는 불쌍한 삶의 이야기라, 작가는 그것을 꼭 글로 남겨 아저씨가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한다. 비교적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쩌면 우리 주변에 꼭 ..
2025.03.26 -
이상의 서 - 짧은 생을 살다간 천재 이상
이상의 글은 난해하고 읽다 보면 짜증이 난다. 아무리 천재라지만 , 부터 제목도 생소한 , , 같은 작품을 대하다 보면, 독서가 아니라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처럼 까다롭게 느껴져,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작품에는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닌, 그렇게 까다롭게 쓸 수밖에 없었던 절망감과 깨진 유리 같은 극도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백부의 집에 입양되었던 외로운 어린시절, 식민지 조국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폐결핵으로 인한 육신의 고통, 극도로 쇠약한 육체 속에 갇힌 정신의 고단함, 극한 외로움과 절망... 그는 그것을 건축학 전공자답게 건축학 기호처럼, 오로지 자신만의 언어로써 문학에 투영..
2025.03.25 -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의 작가 얀 마텔은 소설의 운명이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작가인 듯하다. 은 독자의 다양한 해석과 사유가 가능한 소설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철학적 환상 소설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일 만큼 난해하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주인공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한 세기를 통해 각기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자식부터 아내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들은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데... 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냐면, 사람이 어떤 고난이나 고통을 겪고 감당하지 못할 번뇌에 시달릴 때 산행을 택하는 것처럼, 이들도 각자의 번뇌에 못 이겨 자연..
2025.03.24 -
노인과 바다
80이 넘은 노인이 망망대해에서 상처투성이인 몸을 끌고, 평생 처음 보는 크기의 엄청난 대어를 낚은 후, 그 물고기를 노리는 상어 떼들의 습격에 맞서 좀비처럼 사투를 벌이다가 기적적으로 생존한 이야기!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 언제 읽어도 박진감 넘치고,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처절하게 생존하려 몸부림쳤던 인간의 본능이 겹쳐지며 경이로움과 숙연함에 말문이 막히는데... 희대의 장엄한 단편 가 탄생한 배경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부자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부모와 마찰이 잦았고,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에 자원 입대하여 부상을 입었고, 기자와 글쓰기에 열정적인 스포츠맨이었으며, 사냥과 낚시가 취미인 사람이었다. 글 쓰는데 경제적 안정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 여겼으며, 총 4번의 결혼..
2025.03.24 -
어린왕자의 눈
생텍쥐페리가 남긴 유산 는 70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데, 그저 순수함과 낭만을 간직한, 아름다운 동화로만 어렴풋이 간직했기에, 어린 왕자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했을까? 호기심이 들었다.홍콩의 정치철학자 저우바오쑹은 민주화의 투사 경력을 살려 정치참여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어린 왕자를 해석해 낸다.어린 왕자와 등장인물(장미, 여우, 조종사, 뱀 등)을 통해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부터, 인간의 관계 맺기와 길들여짐의 소중함,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가슴으로 본다는 것, 사회 제도가 인간의 행복과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실 등, 우리가 살면서 곱씹어봐야 할 내용과 가치들을 뚜렷하게 조명해 낸다.저우바오쑹이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사람과 사람..
2025.03.23 -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은 스위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며, 이 책은 1969년에 라는 원제로 발표된 책이고, 국내에서는 라는 번역작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일곱 개의 단편 중, 주인공들은 모두 나이 든 노인들이며, 외롭고 엉뚱하고 하나같이 치매에 걸린 듯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자기 주관과 고집은 뚜렷하여 비현실적이고 독보적인 방식으로 생활하지만, 주위엔 거의 아무도 없고 그들 또한 사람들 말에 관심이 없다. 페터 빅셀은 인간이 만든 산업화로 인해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노쇠한, 서글픈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아주 쉬운 언어와 그들을 보호하려는 듯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불과 30대 초반의 나이에... 나는 이책을 읽으며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살아생전 혼자..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