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0. 11:23ㆍ서평
앙드레 지드는 저자 서문에서 문학이 몹시도 인공적 기교와 따분한 냄새를 풍기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난 지드의 반발이 청년 시절 아프리카 여행을 계기로 폭발한 책이 <지상의 양식>이 아닐까 한다.
가상의 제자 '나타니엘'과 가상의 스승 '메날크'에게 아프리카, 유럽 곳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기록한 메모들을 토대로 일기, 에세이, 시, 연설문까지, 그냥 막 나오는 대로 쓴 자유로운 편지 형식을 띠고 있으며 아름답고 과격하다.
아프리카 대지에서 밟는 흙냄새처럼 종교 윤리에서 벗어난 강렬한 생명력을 추구하는 삶, 살아있는 순간과 욕망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화염처럼 토하는 이 책은 그 당시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10년 동안 500부 밖에 팔리지 못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 후 다음 전후세대를 통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며 지금까지 명작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요즘 세대들이 읽기에는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질중심주의에 길들여진 세대들이 읽기에는 너무 고전적이며 과다한 정신적 사색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이 읽기에는 딱 맞춤하지 않을까? 새벽 5시에 성모 마리아에게 가족의 평화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열고 옥상과 집 앞 화단의 식물에 물을 주며 대화하는 어머니에게 <지상의 양식>은 한 문장 한 문장이 친구처럼 다가올 것 같은데 말이다.
지상의 양식
저자 앙드레 지드
출판사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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